사람들이 여행을 떠나는 이유는 참 다양하죠. 새로운 풍경을 보기 위해, 맛있는 음식을 찾기 위해, 혹은 그저 바람을 맞으러 떠나기도 합니다.
저에게는 그 이유 중 하나가 ‘쉼’이었어요.
여행지에서 문득 발견한 작은 카페 한 곳에서,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따뜻한 커피 한 잔을 마시며 창밖을 바라보던 그 순간. 그때 느꼈던 평온함과 자유로움은 아직도 제 마음에 남아 있습니다.
그 기억이 제 안에 천천히 자리 잡으면서, 언젠가 나만의 공간을 만들어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 공간은 꼭 사람과 마주앉아 긴 대화를 하지 않아도 괜찮은 곳, 혼자만의 시간을 온전히 누릴 수 있는 곳이면 좋겠다고요.
그래서 무인카페를 시작했습니다.
무인카페는 누군가의 눈치를 보지 않아도 되고, 느린 걸음으로 들어와 천천히 머물다 갈 수 있는 곳입니다. 여행자든, 동네 주민이든, 누구든 편하게 들어와서 쉬어갈 수 있죠.
아이들과 함께 여행중에 무인카페에 대한 얘기를 나눴고, 그렇게 나눈 이야기 속에 가게 이름도 장난스럽게 정해졌지요. 지금은 무척 맘에 드는 카페이름입니다.
카페를 준비하면서 제일 많이 들었던 질문은 "왜 무인으로 하셨어요?"였습니다.
저는 사람을 좋아하면서도, 동시에 혼자 있는 시간을 아주 소중히 여깁니다.
무인카페는 이 두 가지 마음을 모두 담을 수 있는 공간입니다.
사람들에게는 편안한 쉼터를, 저에게는 자유로운 시간을 선물하는 방식이죠.
그리고 사실, 여기에는 조금 솔직한 속셈도 숨어 있습니다.
저는 여행을 정말 좋아합니다. 새로운 곳을 보고, 새로운 공기를 마시는 일만큼 설레는 게 없더라고요.
하지만 가게를 직접 운영하다 보면, 마음 편히 여행을 떠나기가 쉽지 않습니다.
무인카페는 저에게 자유롭게 떠날 수 있는 여유를 줍니다.
언제든 짐을 싸고 나서도, 카페는 제 자리를 지켜주고 있으니까요.
밤늦게까지 열려 있는 무인카페에서 혼자 커피 한 잔을 마시는 손님들을 보면, 마치 여행지에서 혼자 마주했던 제 모습이 떠오릅니다.
그때처럼, 지금 이곳이 누군가에게는 작은 여행이 되고, 잠시 머물렀다 가는 아지트가 되길 바랍니다.
여행을 떠나지 않아도, 우리 일상 속에도 숨은 여행이 있잖아요.
저는 그 작은 여행을 담아두는 공간을 만들고 싶었고, 그것이 바로 지금의 무인카페입니다.
그리고 저 역시, 그 공간 덕분에 또 다른 여행을 꿈꿀 수 있는 용기를 얻습니다.
혹시 지나가다가 발견하시게 되는 무인카페가 제 카페일 수도 있겠네요.
알 수는 없으시겠지만, 그래도 만약 그렇다면. 커피 한 잔과 함께, 당신만의 여행을 잠시 멈춰 쉬어가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