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이 추진해온 중앙은행 디지털화폐(CBDC) 실험 '프로젝트 한강'이 1차 실험을 마치고 2차 실험이 무기한 연기됐습니다. 한국은행은 지난 4월부터 6월까지 8만 명이 참여한 첫 번째 실험을 완료했지만, 은행들의 참여 의지 저하로 2차 실험 추진에 제동이 걸렸습니다.
왜 중단됐을까요?
현 정부 들어 민간 중심의 '스테이블코인' 도입 논의가 활발해지면서 은행들의 참여가 불투명해졌기 때문입니다. 실험에 참여한 은행들이 비용 부담과 함께 상용화 계획 등 장기 로드맵 부재를 이유로 난색을 표한 데 따른 것입니다. 이는 단순한 기술 실험의 중단이 아닙니다. 우리나라 디지털 화폐의 미래 방향을 결정하는 중대한 전환점입니다.
CBDC와 스테이블코인
중앙은행 디지털화폐(CBDC)란?
CBDC는 중앙은행이 제조·발행·유통하는 디지털화폐로, 기존 법화의 형태만 변화한 것일 뿐 동일한 화폐가치를 지닙니다. 쉽게 말해 한국은행이 만드는 '디지털 원화'입니다.
CBDC의 특징:
- 한국은행이 직접 발행하고 관리
- 법정통화와 동일한 가치와 지위
- 높은 신뢰성과 안정성
- 모든 거래 내역이 중앙은행에 기록
스테이블코인이란?
스테이블코인은 그 가치가 실제 자산에 고정되어 변동성이 없는 암호화폐 자산입니다. 대표적으로 미국 달러에 연동된 USDT(테더), USDC 등이 있습니다.
스테이블코인의 특징:
- 민간 기업이나 재단이 발행
- 달러나 금 등 안정적 자산에 가치 연동
- 상대적으로 높은 유연성과 활용도
- 익명성과 프라이버시 보호 가능
핵심 차이점 비교
CBDC는 중앙은행이 직접 발행하는 디지털 화폐로, 법정통화와 연동되는 스테이블코인과 달리 그 자체로 법정통화 위상을 갖습니다. 스테이블코인과 CBDC의 가장 큰 차이점은 화폐를 발행하고 관리하는 곳이 민간기업인지 중앙은행인지 여부입니다.
구분 CBDC 스테이블코인
발행주체 | 중앙은행 | 민간 기업/재단 |
법적 지위 | 법정통화 | 디지털 자산 |
신뢰성 | 국가 보증 | 담보 자산에 의존 |
프라이버시 | 모든 거래 추적 가능 | 상대적 익명성 |
유연성 | 제한적 | 높음 |
글로벌 활용 | 국내 중심 | 국경 초월 활용 |
우리에게 미치는 직접적 영향은?
1. 결제 수단의 변화
현재 상황:
- 현금, 카드, 간편결제가 주요 수단
- 해외 송금은 복잡하고 비용이 많이 듦
미래 변화: CBDC가 도입되면 한국은행 앱으로 직접 결제가 가능해집니다. 실험 참가자들은 예금 토큰을 지정된 가맹점에서 은행 앱을 활용한 QR결제로 물품, 용역을 구매하는데 쓸 수 있었고, 예금 토큰으로 결제하면 가맹점들은 대금을 실시간으로 정산받을 수 있으며, 결제 과정에서 중개 기관이 최소화되면서 관련 수수료도 낮아질 것으로 기대됐습니다.
스테이블코인이 활성화되면 달러나 원화에 연동된 디지털 화폐로 더 자유롭고 빠른 국제 거래가 가능해집니다.
2. 은행의 역할 변화
CBDC가 이자를 지급하는 기능을 갖고 있느냐의 여부에 따라 시중 은행에 미치는 영향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중앙은행이 직접 이자를 지급하게 되면 직접 유동성을 관리할 수 있어 시장 대응 능력을 높일 수 있지만, 기존 시중 은행의 중개 기능이 약화될 수 있습니다.
실제 영향:
- 예금금리보다 CBDC 금리가 높으면 은행 예금 이탈 가능성
- 은행의 전통적인 중개 역할 축소
- 새로운 디지털 금융 서비스 개발 필요
3. 개인 프라이버시 문제
CBDC는 현금과 같이 오프라인으로 쟁여둘 수 없다보니 어떤 방식으로 거래하든 기록이 무조건 남습니다. 따라서 지하 경제를 조성하거나 비밀리의 거래를 할 수 없습니다. 모든 거래 상황을 정부가 실시간으로 감시한다면 경제범죄를 방지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소비자들을 감시하고 시민들의 행동을 통제하는 데 악용될 수 있습니다.
양면성:
- 장점: 경제범죄 방지, 탈세 차단
- 단점: 개인 프라이버시 침해, 정부 감시 우려
왜 스테이블코인이 주목받을까요?
1. 글로벌 트렌드 변화
2025년 기준, 테더는 1450억 달러를 초과하는 시가총액으로 선두주자이며 글로벌 디지털자산 유동성의 초석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미국 정부가 일련의 스테이블코인 활성화 정책을 빠르게 추진하면서 국내에서도 스테이블코인 규제 마련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습니다.
2. 은행들의 전략 변화
CBDC 실험이 잠정 중단되면서, 은행들은 스테이블코인 발행 준비에 무게를 싣는 분위기입니다. 일부 은행은 다른 시중은행과 컨소시엄을 구성하거나 블록체인·핀테크 기업과 협업을 추진 중입니다. 국민은행과 카카오뱅크 등은 최근 스테이블코인 관련 상표권을 잇달아 출원하며 대응에 나섰습니다.
3. 정부 정책 방향
정부가 디지털자산기본법 제정에 본격 착수하면서, 국내 가상자산 시장의 패러다임 전환이 예고되고 있습니다. 이재명 정부 출범 후 스테이블코인에 대한 정책적 관심이 높아지고 있습니다.
한국은행은 왜 스테이블코인을 경계할까요?
한국은행은 "스테이블 코인은 일반 가상자산과 달리 지급수단적 특성을 내재한 만큼 광범위하게 발행·유통돼 법정통화를 대체하는 지급수단으로 사용될 경우 통화정책, 금융안정, 지급결제 등 중앙은행 정책수행에 부정적 영향을 초래할 수 있어 별도 규제 체계 마련이 필요하다"고 밝혔습니다.
한국은행의 우려:
- 통화정책 효과 저하: 민간 스테이블코인이 원화를 대체하면 금리정책 효과 감소
- 금융안정 리스크: 대규모 코인런(인출 사태) 발생 시 금융시스템 위험
- 외환관리 어려움: 달러 기반 스테이블코인 확산으로 환율 통제력 약화
미래는 어떻게 될까요?
1. 공존 가능성
CBDC와 스테이블코인은 경쟁 관계보다 상호보완적 관계로 발전할 가능성이 큽니다. CBDC는 국내 금융 시스템의 안정성과 효율성을 높이는 데 중점을 두고, 스테이블코인은 국제 거래와 탈중앙화 금융 서비스에 더 특화될 수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스테이블코인과 CBDC가 공존할 수 있다고 말합니다.
2. 이원적 전략
김민승 코빗 리서치센터장은 "중앙은행과 시중은행 간, 시중은행 상호 간에는 CBDC를 활용하고 국민들은 스테이블코인을 사용하는 이원적 전략도 검토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예상 시나리오:
- 기관간 거래: CBDC 활용 (은행↔한국은행, 은행↔은행)
- 일반 소비자: 스테이블코인 활용 (개인 결제, 해외 송금)
- 공공 부문: CBDC 활용 (정부 지원금, 세금 등)
3. 글로벌 경쟁력 고려
원화 스테이블코인은 한국과 글로벌 디지털 자산 시장의 연결성을 강화할 것으로 기대됩니다. 국내 거래소의 높은 거래량과 유동성은 스테이블코인의 도입 및 성장에 있어 엔화나 유로화 대비 유의미한 전략적 이점을 제공할 수 있습니다.
우리는 어떻게 준비해야 할까요?
1. 개인 차원
금융 리터러시 향상
- 디지털 화폐의 기본 개념 이해
- 보안 및 개인정보 보호 방법 숙지
- 다양한 결제 수단 활용법 학습
투자 관점
- 스테이블코인은 투자 수단이 아닌 결제 수단임을 인식
- 변동성이 큰 암호화폐와 구별하여 이해
- 안전한 디지털 자산 보관 방법 학습
2. 기업 차원
디지털 전환 준비
- 새로운 결제 시스템 도입 검토
- 국제 거래 효율화 방안 모색
- 관련 규제 변화 모니터링
3. 정책적 과제
2025년은 미국이 지니어스 법안을 통해 스테이블코인을 제도권 금융에 편입하고, 각국이 이를 참고해 자국형 PSC를 적극 추진하기 시작하는 중요한 전환점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이 흐름에 뒤처지지 않으려면 국내 정책 당국은 스테이블코인 법적 정의와 발행 기준, 회계감사·준비금 관리체계 마련 등을 시급히 검토해야 합니다.
한국은행의 CBDC 실험 중단은 우리나라 디지털 화폐 정책의 중요한 전환점입니다. 이는 실패가 아니라 변화하는 글로벌 환경에 맞춘 전략적 재조정으로 봐야 합니다.
핵심 메시지:
- CBDC vs 스테이블코인은 제로섬 게임이 아닙니다 - 각각의 장점을 살린 공존 모델이 가능합니다
- 개인 프라이버시와 금융 안정성의 균형이 중요합니다
- 글로벌 경쟁력 확보를 위한 신속하고 현명한 정책 결정이 필요합니다
앞으로 몇 년간 디지털 화폐 생태계는 급속히 변화할 것입니다. 우리 모두가 이 변화를 이해하고 준비할 때, 새로운 디지털 금융 시대의 혜택을 누릴 수 있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