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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3 딸의 첫 독일어 성인 수업, 그리고 가족과 함께한 남산 탐험기

여행을찜 2025. 7. 5. 13:04

독일문화원 괴테어학원
독일문화원 괴테어학원

 

 

독일, 뒤셀도르프에서 5년을 살고 한국에 온 지 벌써 10년이 넘었어요. 그때 어렸던 첫째가 이제 고3이 되어 대학 진학을 앞두고 "엄마, 독일어 다시 배우고 싶어"라고 하더라고요. 마침 여름방학에 남산독일문화원에서 성인 독일어 코스가 있다는 걸 알게 되어, 딸의 등록과 첫 수업, 그리고 온 가족의 남산 나들이를 함께한 특별한 하루를 공유해볼게요.

 

뒤셀도르프의 추억을 안고 시작된 하루

"엄마, 정말 독일어 배우고 싶어요. 뒤셀도르프에서 살던 기억은 흐릿하지만, 독일에 대한 좋은 느낌은 남아있거든요."

딸이 이 말을 했을 때, 라인강 근처 공원에서 함께 놀던 모습이 떠올랐어요. 그때는 킨더가르텐에서 독일어로 동요를 부르던 아이가, 이제 자신의 미래를 위해 스스로 독일어를 선택한다니 얼마나 뿌듯한지 몰라요.

 

남산도서관에서 시작하는 가족 시간

독일문화원 등록 시간 전에 온 가족이 남산도서관부터 들렀어요. 딸은 독일 관련 서적을 찾아보고, 둘째는 독일 그림책을 뒤적이더라고요.  "엄마, 이 책에 뒤셀도르프 사진이 나와있네요! 우리 살던 동네 같아요."

딸이 『독일 도시 기행』이라는 책에서 뒤셀도르프 페이지를 발견하고는 신기해했어요. 10년이 지났지만 어렴풋이 남아있는 기억들이 책을 통해 되살아나는 것 같았거든요.

도착 후 배도 고프고해서, 도서관안의 구내식당을 이용했어요. 저렴한 가격에 꽤나 맛있더라구요. 이제 일주일에 3번 수업오는 딸은 종종 이용하게 될 듯합니다. 

 

남산독일문화원에서의 등록과 첫 수업

드디어 메인 이벤트! 성인 독일어 기초 과정 등록이었어요.

등록은 미리 온라인으로 신청해두었어요. 신청때 둘째도 같이 등록시키고 싶었는데, 생일이 아직 안지나서 안되더라구요. 조금 아쉬웠지만, 우선 첫째만 등록했어요. 첫 수업이라 떨리는 가슴을 안고 강의실로 들어가는 첫째를 보며 남은 가족들이 더 떨리는 이유는 왜일까요? 

"괜찮을까? 어른들과 함께 수업 듣는 게 부담스럽지 않을까?"

하지만 걱정도 잠시, 우리는 딸이 수업하는 2시간반 동안 남산을 탐험하기로 했어요.

 

딸의 수업 시간, 우리의 남산 시간

딸이 수업하는 동안 나머지 가족들은 다시 남산도서관으로 향했어요. 2층 열람실에서 창밖을 바라보니 뒤셀도르프의 라인강변 산책로가 생각나더라고요.

"여보, 우리 딸이 잘하고 있을까?" "분명 잘하고 있을 거야. 어릴 때 그렇게 독일어 잘했는데."

 

 


남산타워에서 바라본 서울 야경

딸의 수업이 끝나기 전에 남산타워로 올라갔어요. 해가 지기 시작하는 시간이라 서울의 전경이 정말 아름다웠거든요.

"뒤셀도르프에서도 이런 전망 좋은 곳 있었지?" "라인타워 있었잖아. 그런데 여기가 더 좋은 것 같아."

가족끼리 추억을 나누며 야경을 감상하는 시간이 참 소중했어요.

타워에 적혀있는 블랙핑크도 새로웠어요. ㅋ 왜 적혀있는지 둘째가 설명해 주긴 했는데. '블랙핑크'가 한국의 상징이 된건가요? 

해외에 있을때 '싸이'를 물어볼 때마다 자부심이 느껴졌는데, 이젠 해외에 계신 분들에게 '블랙핑크'를 물어보는 사람들이 많겠죠?

 

 

딸의 첫 수업 후기

드디어 딸의 첫 수업이 끝났어요. 수업실에서 나오는 딸의 표정이 어떨까 궁금했는데, 생각보다 밝더라고요.

"어땠어? 어렵지 않았어?"

"음... 어렵긴 했어요. 그런데 생각보다 재밌었어요!"

딸이 들려준 첫 수업 후기는 정말 흥미로웠어요.

 

딸의 생생한 첫 수업 후기:

"일단 제가 제일 어렸어요. 15명 정도 되는데, 할아버지도 두 분이나 계셨어요. 처음에는 '내가 여기 있어도 되나?' 싶었는데, 다들 친절하게 대해주셨어요.

선생님은 한국분이셨는데, 처음부터 독일어로만 말씀하시더라고요. '완전 몰입' 방식이랄까? 한국 학교 수업과는 정말 달랐어요.

그리고 수업 방식도 신선했어요. 단순히 문법 설명하고 외우는 게 아니라, 계속 독일어로 대화하려고 하시더라고요. 처음에는 당황했는데, 점점 재밌어졌어요.

어릴 때 뒤셀도르프에서 들었던 독일어가 가끔 기억나면서 '아, 이런 느낌이었지!' 하는 순간들이 있었어요."

 

 

독일 뒤셀도르프 경험이 주는 특별함

딸의 후기를 들으니, 어릴 때 뒤셀도르프에서의 경험이 정말 소중한 자산이라는 걸 느꼈어요. 비록 구체적인 기억은 흐릿하지만, 독일어에 대한 친근함과 자신감은 여전히 남아있더라고요.

"엄마, 오늘 수업 들으면서 느꼈는데, 독일어가 완전히 낯선 게 아니라 '어디선가 들어본 익숙한 소리' 같았어요. 이게 어릴 때 뒤셀도르프에서 살았던 덕분인 것 같아요."


 

딸의 첫 독일어 수업을 보내면서 많은 생각이 들었어요. 10년 전 뒤셀도르프에서의 경험이 이렇게 딸의 새로운 도전에 밑바탕이 되어줄 줄 몰랐거든요.

특히 "어렵지만 재밌었다"는 딸의 말이 가장 인상 깊었어요. 성인 수업에서 제일 어린 학생이었지만, 오히려 그게 자극이 되어 더 열심히 하려는 모습을 보니 뿌듯했어요.

"할아버지들도 새로운 언어를 배우시는데, 나라고 못할 게 없지!"

딸이 한 이 말이 오늘 하루를 가장 잘 요약하는 것 같아요.

다음 주 두 번째 수업이 벌써 기대된다고 하네요. 그리고 두렵기도. 진도가 정말 빠르다며. 그만큼 더 열심히 하겠죠? 뒤셀도르프에서 심어진 독일에 대한 좋은 기억이 이제 딸의 미래를 여는 열쇠가 되길 바라요.

해외 거주 경험이 있는 자녀를 둔 부모님들, 그 경험이 언젠가는 아이들에게 큰 자산이 될 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