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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관에서 책을 빌리는 것도 하나의 작은 여행이다

여행을찜 2025. 6. 29. 07:33

여행을 떠난다고 하면 보통은 짐을 싸고, 표를 예매하고, 설레는 마음으로 낯선 곳을 떠올리게 됩니다.
하지만 저는 가끔 아주 특별한 여행을, 단 한 걸음도 움직이지 않고 떠나곤 합니다.

그 여행의 출발지는 바로 도서관입니다.



도서관 문을 열고 들어서는 순간, 저는 이미 새로운 세계로 들어가 있습니다.
수많은 책이 빼곡히 꽂혀 있는 책장을 마주할 때마다, 마치 아직 가보지 못한 도시의 골목을 처음 마주한 것처럼 마음이 두근거립니다.
이 책은 어떤 이야기를 담고 있을까, 저 책은 나를 어디로 데려가 줄까. 책등 하나하나가 여행지의 간판처럼 느껴집니다.

책을 고를 때는 한참을 걸립니다.
이것도 들여다보고, 저것도 살펴보다 보면 어느새 시간이 훌쩍 지나 있죠.
마음에 드는 한 권을 골라 책장을 넘기기 시작하면, 이미 저는 그 책 속 여행을 떠나 있는 셈입니다.
멀리 떠나지 않아도, 책 한 권이면 새로운 인물들을 만나고, 내가 가보지 못한 길을 걸으며, 그곳의 냄새와 소리를 상상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책을 다 읽고 도서관에 다시 반납할 때, 문득 여행을 마치고 집에 돌아온 것 같은 묘한 기분이 듭니다. 책만 빌리고 읽지도 못하고. 그 곳은 가보지도 못한 여행지도 많죠. ㅋ

그런데 때로는, 그 책 속의 여행이 너무도 인상적이라 결국 진짜 여행으로 이어지기도 합니다.
저는 한 번, 도서관에서 빌린 에세이 한 권 덕분에 강릉으로 떠난 적이 있습니다.
책 속에는 바닷바람 냄새가 스며든 카페, 조용히 파도를 바라보며 앉아 있는 사람들, 그리고 초당두부를 맛보는 소박한 이야기들이 담겨 있었습니다.
마치 책장을 넘길 때마다 파도 소리가 귓가에 들리고, 따뜻한 커피 향이 함께 묻어오는 기분이었죠.

결국 저는 그 설렘을 참지 못하고, 어느 날 충동적으로 강릉행 기차표를 예약했습니다.
책에서 보던 그 카페에 실제로 앉아 파도를 바라보고, 골목길을 걸으며 초당두부를 맛보던 순간.
책으로만 상상하던 장면이 눈앞에 펼쳐졌을 때 느꼈던 벅찬 감정은, 아마 평생 잊지 못할 것 같습니다. 그런데 참. 그 책의 제목이 기억이 안나네요. 독서일기를 써야하는 이유인 것 같습니다.

책으로 먼저 떠난 여행, 그리고 그 여행을 따라간 실제 여행.
이렇게 도서관에서 빌린 한 권의 책이 제 삶에 새로운 목적지를 만들어 주었습니다.

저에게 도서관은 그저 책을 빌리는 곳이 아니라, 새로운 여행을 준비하는 작은 출발점입니다.
비행기 표도, 큰 계획도 필요 없습니다.
가벼운 마음과 작은 호기심만 있으면 충분합니다.

혹시 요즘 떠나고 싶은데 망설이고 계신가요?
도서관으로 한 번 발걸음을 옮겨 보세요.
책 한 권으로 시작한 상상 여행이, 어느새 진짜 여행으로 이어질지 모릅니다.
그리고 그 여행은, 당신에게 가장 특별한 추억을 선물할 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