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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네 뒷 산에 다녀왔어요. 가깝지만 특별한, 나만의 여행

여행을찜 2025. 6. 28. 11:03



요즘 따라 유난히 마음이 가라앉는 날이 많았어요.
아무 이유 없이 기분이 무겁고, 머릿속은 온통 해야 할 일들로 가득 차서 숨이 막힐 때가 있더라고요.
아무래도 이래저래 생각이 많아져서 그러는 것 같아요.

아침에 일어나 창밖을 보니, 맑은 하늘에 구름이 한가롭게 흘러가고 있었습니다.
문득 커피 한 잔을 들고 무작정 나가고 싶어졌어요. 늘 가봐야지 하면서도 귀챦아서 안가게 되곤 하던 동네 뒷산이 떠올랐습니다.

집 앞 편의점에서 단팥빵 하나와 따뜻한 아메리카노를 사서 천천히 산 입구로 걸어갔습니다.
천천히 가다보니. 벌써부터 공기가 다른 느낌. 바로 집 앞인데요. ㅎㅎ
어릴 때 시골 외할머니 댁 마당에서 맡던 그 흙내음과 비슷해서, 괜히 울컥하기도 했습니다.

오르막길은 생각보다 가팔랐습니다. 숨이 차올라 발걸음을 멈추고 숨을 고를 때마다, 제 마음속에 담아뒀던 작은 근심들이 하나씩 내려앉는 기분이 들었어요.
나무 사이로 들어오는 부드러운 햇빛이 마치 저에게 "괜찮아, 천천히 가도 돼" 하고 말을 거는 것 같았어요.

중간쯤 올라가다가 작은 벤치를 발견했습니다.
그 위에 앉아 따뜻한 커피를 한 모금 마시고, 단팥빵을 베어 물었는데, 집에서 허겁지겁 먹을 땐 몰랐던 달콤함이 입안 가득 퍼졌습니다.
잠깐이지만, 세상에서 혼자만 숨 쉬는 듯한 조용한 순간이었어요.
주변엔 새소리랑 바람 소리밖에 들리지 않는데, 그 고요함이 오히려 제 마음을 더 크게 울리는 것 같았습니다.

정상에 도착했을 땐 숨이 차서 이마가 땀으로 젖었지만, 그 순간만큼은 정말 살아있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내려다보이는 동네 풍경은 평소에 보던 골목과 건물들이었는데, 이상하게도 오늘은 더 반짝여 보였습니다.
'이렇게 가까운 곳에도 이렇게 큰 위로가 숨어있었구나' 하는 생각에, 스스로가 조금 대견하기도 하고, 한편으론 왜 이제야 올라왔을까 하는 아쉬움도 들었습니다.

내려오는 길에 클로버들이 잔뜩 보이더군요. 네잎클로버를 찾고 싶었는데 그건 못찾겠더군요.
다음엔 찾을 수 있으려나요?

집에 돌아와 샤워를 하고 나니 다리가 후들거렸지만, 마음만은 누구보다 가벼웠습니다.
'내일도 이렇게 걸어볼까?' 하는 작은 다짐도 생겼습니다.

여러분도 혹시 마음이 복잡하고, 몸은 가만히 있는데도 자꾸 지치신다면, 멀리 떠나지 않아도 돼요.
집 근처에 있는 작은 산, 공원, 심지어 동네 골목길이라도 좋습니다.
천천히 걸어보세요.
그 속에 생각지도 못한 위로와 마주칠 수 있을 거예요.

별 거 아닌 것 같아도, 뒷 산 한번 다녀온 게 아주 뿌듯했습니다. 내일은 또 별 거 아니지만 새로운 다른 일을 해봐야겠습니다.
나만의 여행으로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