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패산에 간만에 올라갔다 왔어요. 사실 종종 가는 편인데 이번에는 정말 오랜만이었거든요. 한동안 못 갔다가 요즘 들어서야 다시 산에 가게 되었는데, 역시 산은 가면 갈수록 좋은 것 같아요.
사패산은 높지 않은 산이라고 하지만 그래도 등산은 등산이죠. 초보자에게는 언제나 힘든 게 등산인 것 같아요. 저도 몇 번 가봤다고 해서 쉬워지는 건 아니더라고요. 특히 평소에 운동 부족 상태에서 가니까 예전보다 더 힘들었어요.
처음 시작할 때는 괜찮다 싶었는데 중간 지점 넘어가면서부터 숨이 차기 시작하더라고요. 그래도 중간중간 쉬어가면서 천천히 올라갔어요. 다른 등산객들도 많았는데 다들 저처럼 헉헉거리면서 올라가시는 모습 보니까 저만 힘든 게 아니구나 싶어서 좀 위안이 되었어요.
정상 가기 전 마지막 구간이 제일 힘들더라고요. 경사가 좀 급해지면서 다리가 후들후들해지는 걸 느꼈어요. 그런데 정상이 가까워지니까 또 힘이 나더라고요. 사람 심리가 참 신기해요.
정상에 도착했을 때의 그 기분은 정말 말로 표현하기 어려워요. 힘들었던 만큼 뿌듯함도 크고, 무엇보다 의정부 시내가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풍경이 정말 시원했어요. 바람도 선선하게 불어서 땀을 식히기 딱 좋았고요.
정상에서 30분 정도 쉬면서 가져간 물과 김밥을 먹었어요. 평소에는 별로 맛있지 않은 편의점 김밥도 산에서 먹으니까 꿀맛이더라고요. 역시 운동하고 나서 먹는 음식이 제일 맛있는 것 같아요.
하산하는 길, 이게 진짜 등산의 제맛이죠. 산은 역시 내려오는 게 제맛인 것 같아요. 올라갈 때의 그 힘든 기억은 싹 사라지고, 이제 내려간다는 기쁨만 남더라고요. 발걸음도 가벼워지고 주변 풍경도 여유롭게 볼 수 있고요.
내려오면서 올라가는 사람들과 마주치는데, 그분들 보면 좀 안타깝기도 해요. 지금 막 시작하시는 분들은 모르겠지만, 중간쯤에서 만나는 분들은 이미 지쳐 보이시거든요. 속으로는 "나는 이제 내려가는 기쁨을 만끽하는데 저분들은 아직도 저 높은 곳까지 가야 하는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요.
특히 정상까지 아직 한참 남은 지점에서 만나는 분들 보면 쓸데없는 걱정까지 하게 되더라고요. "언제 저길 다 올라가시려나, 괜찮으실까" 이런 생각 말이에요. 물론 다들 본인 페이스가 있으시겠지만요.
내려오는 길에는 올라갈 때보다 훨씬 여유가 있었어요. 내려가는 길이니까 체력적으로도 덜 힘들고, 무엇보다 이미 정상을 찍고 왔다는 성취감이 있어서 기분이 좋더라고요. 주변 풍경도 올라갈 때는 힘들어서 못 봤는데 내려오면서 여유롭게 구경할 수 있었어요.
하산하고 나니까 시간이 점심때가 되었는데, 이때 갑자기 떡볶이가 먹고 싶어지더라고요. 그래서 의정부 제일시장에 들렀어요. 사패산에서 차로 10분 정도 거리라서 가기도 편하고요. 사실 사패산에 오게되면 거의 코스처럼 들르게 되요. 의정부 제일시장은 티비에도 자주 나오는 곳이죠. 여기 떡볶이가 정말 맛있어요. 산에서 내려와서 출출할 때 먹는 떡볶이는 최고죠. 달콤하면서도 적당히 매운 맛이 등산으로 지친 몸에 딱 필요한 맛이더라고요.
시장 분위기도 정말 좋아요. 활기찬 상인분들과 다양한 먹거리들, 그리고 옛날 재래시장의 정겨운 분위기까지. 등산하고 내려와서 이런 곳에서 떡볶이 먹으며 쉬는 시간이 정말 소중하게 느껴졌어요.
떡볶이 먹으면서 오늘 산행을 되돌아보니까 정말 기분이 좋아지더라고요. 힘들기는 했지만 그만큼 보람도 있었고, 무엇보다 오랜만에 제대로 된 운동을 했다는 만족감이 컸어요. 평소에 운동 부족이었는데 이렇게라도 몸을 움직이니까 몸도 마음도 한결 가벼워진 기분이었어요.
집에 돌아와서도 기분이 계속 좋더라고요. 샤워하고 나니까 몸은 피곤했지만 마음은 정말 상쾌했어요. 역시 자연 속에서 보내는 시간이 이렇게 좋은 걸 새삼 느꼈어요.
사패산 자체도 부담스럽지 않은 높이에 등산로도 잘 되어 있어서 초보자들도 도전해볼 만하고, 하산 후에 의정부 제일시장에서 맛있는 떡볶이까지 먹을 수 있으니까 일석이조죠. 사패산-제일시장코스 추천합니다.